예전에는 멀쩡하게 걸어 다니셨던 아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심한 경련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 후로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실 그 전에 이미 치매 진단은 받은 상태였지만, 당시엔 큰 변화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계셨거든요.
코로나 시기와 겹쳐서 면회도 제대로 못 가고 있었는데, 한 달 입원 후 퇴원하시던 날, 걷지 못하고 근육이 거의 다 빠진 모습을 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말 그대로 누운 상태가 되어 있었고, 표정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그 후부터는 음식을 잘 못 드시기 시작했어요.
밥맛이 없다고 하시고, 음식을 눈앞에 두어도 손이 잘 안 가셨어요. 그때부터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아무것도 안 드시면 체력이 떨어지고, 금방 아프시니까요.
그래서 그때부터 야채, 견과류, 단백질 파우더 등을 넣어 믹서기에 갈아드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이렇게 갈아드린 식사는 그래도 조금씩 드시더라고요. 식사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렴이 찾아왔고, 다시 입원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콧줄(비위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게 되었어요. 약 4년 정도 콧줄로 영양을 넣어드렸고, 1년 전부터는 뱃줄(위루관)로 바꾸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요.
콧줄에서 위루관으로 바뀌고 난 후
위루관으로 바뀐 후부터는, 확실히 전보다 아빠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어요.
- 콧줄일 때보다 얼굴 표정이 훨씬 편안해지셨고
- 체중도 조금씩 늘었고
- 흡인 위험도 줄어서 저희도 마음이 좀 놓였어요
그동안은 하루하루 밥 대신, 영양을 '어떻게든 넣는' 일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그래도 식사라는 행위 자체가 조금은 안정적으로 느껴져요.
지금은 많이 회복되셔서 유튜브로 노래도 듣고 영화도 틀어드리면 잘 보세요.
"재밌다", "재미없다" 하고 말씀도 하시고, 가끔은 엉뚱한 이야기를 하실 때도 있지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 가족에겐 큰 위안이 되고 있어요.
보호자의 입장에서 느낀 점
- 식사를 못 하신다는 건 단순히 '입맛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 몸 전체 컨디션과 이어져 있어서,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 식사 도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개인의 상태에 맞는 식사 방식이라는 걸, 아빠를 통해 배웠어요.
-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식사가, 어떤 어르신에겐 매일의 전투일 수도 있어요. 그걸 도와주는 게 보호자의 몫이라는 걸 요즘 실감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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